오늘의 발견 (99)

  1. 발표자료를 준비하며 찾아본 2019년부터 약 2년 동안의 기록에서 눈에 띄는 건 내 머리색이였다. 노랑에서 시작해서 푸른색이 되었다가 색이 빠지며 카키색이 되었고 회색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남색 카키색 회색을 거쳐 갑자기 붉은색이 되고 마지막에 검정이 된다. 무채색이어야 했던 첫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필요했던 건 색깔이었나 싶을 정도로 컬러풀했다. 실제로 알록달록한 나를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머리색깔 만큼이나 사진 속 내 표정도 버라이어티하고, 그와 동시에 내가 새로운 지역에서 새롭게 경험하게 된 것들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머리색이 나를 대변하고 있나? 거의 오 년간 자라나는 머리털 그대로 살고있으니 색깔을 다시 잃은건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는 머리색 대신에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들과 내가 있는 공간에 색을 더하고 있다. 표현방식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 변화가 재미있고 썩 마음에 든다. 더이상 잘 나온 셀카 한장 건지기 위해 수십장 같은 얼굴을 찍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