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게으른 것에 죄책감이 따를까. 게으른 게 잘못인가? 누가 게으르면 안된다고 우릴 압박하고 있나? 아님 내가? 게으름뱅이들이 모여 게으름 배틀을 한다. 난 이걸 몇 달째 미뤘어. 난 지금쯤 누워있을 시간이야. 난 해야할 일이 많을수록 아무것도 못 하겠어. 차라리 그 시간에 실컷 놀기라도 하면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을 거야. 한 친구가 말한다. 난 게을러. 그래서 늘 벼락치기를 하는데, 짧은 순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오..그건 나도 그런데. 그들은 같은 장소에 따로 떨어져 앉아 서로의 벼락치기를 힐끔힐끔 구경한다. 각자가 싸온 보기 드문 집중력을 소풍에서 도시락을 까먹듯 자리에 펼쳐 한 입씩 나눠 먹는다. 며칠에 걸쳐 시도해도 영 진행되지 않던게 몇 시간만에 끝이 보인다. 난 게으른 덕에 가끔 이렇게 카페로 도서관으로 소풍을 나가. 칸막이가 없는 자리를 선택해 사람들의 존재를 의식해. 더이상 미루면 안되는 타이밍도 나는 기가 막히게 알고 있지. 밥 먹고 화장실 갈 때 빼고 누워만 있는 날도 많은데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몸을 씻고 집을 나서고 싶은 때가 분명 와. 그때 떠올리는 것들이 내 마음 속 중요한 힌트가 되기도 해. 게으름을 게걸스럽게 먹고나서야 얻어지는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에 대해서는 게으름뱅이들만 알 수 있을거야. 우린 서로의 시선이 익숙해지지 않도록 한 달 뒤에야 만나기로 했다. 그 때까진 가끔 소파에 누워있어도 괜찮지 뭐. 질주하기 위해 도약하는 가장 우리다운 모습일테니까. 우리가 게을러보여요? 정확히 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