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시간이 남아 일부러 빙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창문에는 빗줄기가 아니라 빗줄기가 뭉친 빗덩이가 쏟아져 내렸다. 어디쯤 오고 있냐는 전화가 와서 지금 위치를 설명하려는데 창밖 너머로 세 명의 어린이가 콩콩 뛰고있다. 마치 슬로우모션을 건 듯, 찰나의 장면이 아주 느리게 재생되었다. 그들은 빗물을 꼼꼼히 받으려는 것처럼 양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펼치고, 고개를 치켜들고 온 몸으로 비를 맞고있다. 비에 흠뻑 젖어도 마냥 행복하다는 얼굴로. 모두가 하얀 옷을 입었던가. 잔상이 밝고 희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