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88)

  1. 먹고있는 약이 거의 떨어져 약처방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오늘은 늘 뵙던 의사선생님이 안계셔서 다른 선생님의 진료실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내 진료기록을 보더니 물었다. 고지혈증약 처방받으러 왔어요? (네!) 의사마다 견해가 다른데, 내 의견으로는 약 안먹어도 돼요. (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금은 많이 낮아요. (아, 제가 약을 먹은지 오래되었어요.) 약 효과로 수치가 낮아졌겠지만, 지금 너무 젊고,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없잖아요. 그럼 높아도 돼요. (아..) 약을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 먹다가 끊어보세요. 혼란스러웠다. 이 선생님은 애초에 약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도 '내 환자'는 아니라는 듯한 무심함을 유지하며 다음 진료까지 매일 먹을 분량으로 꽉꽉채워 처방해 주었다. 내게 한 말도 진료기록에 적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내일부터 약을 이틀에 한 번 먹어보려고 한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높아도 된다'는 말. 이름도 기분 나쁜 '나쁜' 콜레스테롤 따위. 지금 나에겐 치명적이지도 대수롭지도 않다는 말. 그니까 애써 교정하지 않고 비정상으로 살아도 된단 말이잖아요 그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