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87)

  1. 이번달 월간통신 발송 준비를 다 마친 기념으로 매콤한 떡볶이를 먹었다. 이번에도 우리 수고했다 생각이 들면 꼭 매운걸 먹이고 싶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면 비로소 잘 마무리한 기분이다.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볶아먹으니 눈이 풀리고 몸의 각도가 점점 기울어졌다. 그렇게 거의 잠들기 직전에..! 드럼치는 영상을 찾아봤다. 왕년에 드러머였던 래리가 드럼을 알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드럼 하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드럼 연주 영상을 검색했다. 몆 해 전 여름, 락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라이브로 듣게 되었다. 무대 끝에서 드럼을 거의 부수고 있던 드러머의 존재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익숙한 드럼 비트에 눈이 번쩍 뜨이고 몸은 자동으로 둠칫둠칫 리듬을 탔다. 그걸 시작으로 '드럼 레전드' 영상을 연달아 봤다. 레전드 드러머들의 단단한 전완근에 자꾸만 눈이 갔다. 팔씨름 꼴등에 빛나는 나에게 드럼은 역시 안어울리려나 싶다가 그런 내가 드럼을 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 낮에 호르몬과의 전투에서 무참히 패한 뒤라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내가 하기 싫은 건 다른 종류의 것이었던 것 같다. 잘 하고 싶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막 부러운 그런 것들. 잘하려는 마음에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못하는 걸 막 하고 싶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골방에서. 드럼 잘치는 사람이 하나도 질투나지 않는 걸 보면 그건 정말 내가 못해도 괜찮은 분야인 것 같다. 꾸준히 하지도 않을 거다. 잘해버리면 안되니까. 암튼 그런거 말곤 아무것도 안하고 싶네

  2. 버스정류장에 일찍 도착하면 짧은 피서를 간다. 정류장 뒤 제주은행 atm 코너로. 우린 자동으로 양팔을 벌려 나름의 웨이브를 만들어 춤을 춘다.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웨이브를 점검한다. 이렇게라도 우리가 써줘야 팡팡 나오는 에어컨이 덜 아깝다고 말하며 유리문을 밀고 나온다. 고작 1-2분이지만 피서를 마치고 나오면 기분이 뽀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