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86)

  1. "'초록'을 모른 채 풀밭을 기어가는 아기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색을 볼까?"-스탠 브래키지

  2.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알게 되었다. 이름은 '카메라가 되기'. 방법은 먼저 풀밭에 엎드린다. 아주 잠깐 눈을 떠서 풀을 클로즈업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거나 보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눈을 감는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한다. 그다음 눈을 감은 채 몸을 돌려 드러눕는다. 잠시 눈을 떠서 하늘을 쳐다본다. 얼른 눈을 다시 감고, 같은 동작을 몇 번 되풀이한다. 몸을 앞뒤로 뒤집어가며 클로즈업과 멀리 보기를 번갈아 되풀이한다. 눈의 '셔터 속도'를 빠르게도, 느리게도 해본다. 자신이 본 것에 수식어(초록, 파란, 흐린, 탁한, 아름다운, 실망스러운)을 붙여 분류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차린다. 생각이나 판단이 끼어들 때마다 눈을 감았다 뜨며 새로고침한다. 이 놀이는 우리가 사물이나 사태에 재빨리 갖다불이는 해석에서 벗어나고, 이해의 단계 전에 휙 스쳐가는 직접적인 지각의 순간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소피 하워스, 마인드풀 포토그래피)

  3. 다른 무언가를 보느라 세상의 많은 부분을 보지 못하는 것에 '무주의 맹시'라는 심리학 ㅇ용어가 있다고 한다. 요즘 나도 풀밭에서 다른 건 보지 못하고 단지 '초록'만 발견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텃밭에 잡초도 잘 살피지 않고 빨갛게 익은 열매에만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물 주는 때도 곧잘 놓치고. 집 앞 하수도 공사가 시작되며 포크레인에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길가의 들꽃을 다른 곳으로 옮겨준다 생각한 게, 며칠 내일로 미뤘더니 바닥이 산산히 부서진 채 들풀들은 온데간데 없다.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