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드디어 가지 두 개를 수확했다. 래리가 수확하자마자 가지덮밥을 만들어줬다. 정말 끝내줬다. 오늘따라 쌀밥도 윤기있게 잘 지어져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먹자마자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보니 세시간이 지나있었다. 근데 래리도 옆 소파에서 두시간 잤다고 했다. 우리에게 잠이 필요했던 것 같다. 잠들기 전에 잘 안풀리던 글이 자고 일어나 술술 풀렸다. 몇시간 붙잡고 있을 바에 푹 잔 것이 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저녁으로 먹은 가지덮밥은 더 맛있었다. 계란 이불의 노른자를 터트려 비벼먹으니 그것이 극락이었다. 어릴 때 이 맛있는 가지를 왜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다. 밥먹고 슬렁슬렁 공원으로 걸어나갔다. 오늘은 박기영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큰 기대감 없이 갔다가 홀딱 반해버렸다. 무료하게 나눠준 부채를 흔들던 관객들이 플라스틱 의자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나도 모든 노래를 따라불렀다. 귀가하는 버스에서도 바기영이 부르는 버터플라이가 귓가에 맴돈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