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81)

  1. 제품 포장을 위해 처음으로 종이완충제를 구매해봤다. 이제까지 포장을 할 때는 택배 받을 때 들어있던 것을 재사용 했어서 종이완충제의 원형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종이완충제를 늘려 부서지기 쉬운 도자기를 안전하게 포장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시각적 청각적 쾌감이 엄청난 그 영상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사지도 못하는 외국 도자기 브랜드의 계정을 팔로우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들어가서 봤다. 그걸 이번엔 내가 직접 해보게 된 것이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종이는 납작한 채로 누워있지 않고 제품과 수직으로 서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빗금으로 무수한 칼선이 그어진 종이를 양 옆으로 당겨야 한다. 처음엔 종이가 찢어질까 봐 살금살금 당겼더니 종이가 골고루 서지 않아서 다음 번엔 과감하게 좌악 당겨봤다. 그랬더니 종이가 찢어지지도 않고 용수철처럼 늘어나 원래의 너비보다 한 뼘은 더 길어졌다. 그 때의 쾌감은 영상으로 보는 것에서 촉각적 쾌감까지 더해서 거의 황홀했다. 포장도 어찌보면 제작의 연장선인 것 같다. 박스 밑면을 테이프로 붙이고, 완충제와 포장종이를 찰라 소중한 제품을 감싸고, 실을 골라 리본을 묶고, 완충제에 향기를 칙 뿌려 박스를 덮는 것까지. 선택되길 기다리는 것만 남은 줄 알았는데 즐거운 과정이 또 남아있어 기분이 좋았다.

  2. 이제 밤이 되어도 후덥지근하다. 버스를 타러 갔는데 버스 시간은 한참 남았고, 그냥 앉아 기다리기엔 더워서 정류장 뒤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 작은캔을 두 개 샀다. 벤치에 앉아 캔을 손에 쥐고 마개를 여는데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소리가 났다. 캔과 캔을 부딪히고 벌컥벌컥 첫모금을 삼켰다. 스스로 별로인 점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다 타려던 버스를 그냥 떠나보냈다.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남은 맥주를 입에 털어놓고 가벼워진 캔을 납작하게 구겼다. 맥주 캔과 함께 우리의 한탄도 구겨진걸까. 웃음이 히죽히죽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