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8)

  1. 출근길에 날씨가 포근해 래리에게 전화를 걸어 삼다공원으로 나오라고 했다. 공원 한가운데 뼈다귀 모양의 돌무대에 걸터 앉아 버스에서 읽은 책 이야기를 한참 조잘거리는데 래리가 잠시 조용해 보라고 했다. 조금 서운해지려는 찰나, 길 건너에서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의 근원은 길건너 공원이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이 시간에 나무 피리를 연주하는 아저씨를 본 적 있었다. 우리는 아저씨가 보이는 맞은편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주는 즉흥인 듯했다. 음들이 빠르게 이어지며 마치 바람이 좁은 틈을 새어나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느새 그 소리는 대화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무림 고수가 수련할 것 같은 분위기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다른 벤치에도 점심시간에 바람쐬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는 걸 보면 다들 피리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즐거운 대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저씨가 피리를 케이스에 넣고 지팡이를 짚고 몸을 일으키자, 우리도 다시 길을 건너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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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피리리 — Jan 23, 2025:

    듣기만 해도 즐겁네요

  2. Anonymous — Jan 23, 2025:

    넘나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