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있을 모임을 위해 책상 여섯대를 모아 하나의 커다란 테이블로 만들었다. 책상의 배치를 바꿨더니 평소에 잘 안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이를테면 책상 바닥면 아주 미세한 단차에 일렬로 쌓인 먼지들. 육안으로는 잘 티가 안나는데 물티슈로 닦아내니 까맣게 묻어나왔다. 내 책상 고무판 아래 빼곡히 깔린 엽서와 스티커 책갈피들도. 혼자 단독으로 책상을 사용할 땐 몰랐는데 다른 책상들과 붙어있으니 너무 어수선해보였다. 몇개 빼내고 맘에들게 새로 배치했다. 만들어진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모임 중에 쓸 종이와 필기구를 올려두었다. 올려만 두었더니 그냥 어질러 놓은 것 같아서 갖고있는 천을 가위로 잘라 천조각을 아래 깔아봤다. 그제야 자리가 생기며 잘 세팅된 것처럼 보였다. 자른 면이 마감되지 않아 올이 조금씩 풀려있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새로 놓은 자리마다 한 번씩 앉아보며 시야에서 거슬리는 조명빛이 있으면 조도를 조정하고, 숨겨둔 사물들이 보이면 천을 활용해 깔끔하게 가렸다. 나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다. 한정된 공간과 재료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 공간에 대한 애정이 확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내게 없는 걸 더할 필요없이 재배치만 해보면 일어나는 마법같은 순간. 기뻐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발견! 래리가 오늘 걸음 수를 쟀으면 이 안에서만 만보가 나왔겠다고 했다. 내 동선에 효율은 없어서 주방 정리하다 책상 닦고 화장실 휴지 채우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