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78)

  1. 또 탈락했다. 어제 "되도 좋지만 안돼도 좋아" 라고 말한 건 진심이었는데. 막상 불합격 연락을 받고 나니 합격하길 좀 더 바랐던 것 같다. 당연하다. 타인이 내린 불합격 판정이 유쾌할 리 없다. 선정 기준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곳에서도 떨어지면 우린 과연 어디에 속해있나. 아니 속해야 하나? 어느 곳이든 탈락자는 생기기 마련이고 선정하는 기준이 있기 마련이므로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야만 한다. 어쩌면 이번에 합격을 바란 것도 참가하고 싶은 마음보단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쪽 세계에선 혹시 우리의 이야기가 괜찮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냥 관두기로 한다. 이제 나는 이번에 여러모로 난리였던 국제도서전을 보고도 관객보다 부스를 꾸리는 사람들 쪽에 서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었다. 수많은 재화가 교환되는 장소를 더이상 순수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럴수록 애써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싶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건 암만 생각해도 거기에 없다. 돈? 그건 그냥 필요한거고.. 재미는 요가매트 위(일주일 쉬었는데도 머리서기를 평소보다 더 유지했다), 내 책상 위(모레 있을 음악 모임에 오는 분들을 위한 가사집을 만들었는데 마음에 쏙 들어부러), 텃밭 안(오늘 곁순을 정리하다가 새끼손가락만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편한 친구와의 대화 속에 있다. 그곳에선 누구도 나를 탈락시키지 않는다. 암튼 탈락한 덕에 여름 바다에 두 번은 더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돈 안되는 거 실컷 만들 거다.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