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통화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동네를 산책했다. 그러다 집 앞 길가에 핀 접시꽃을 발견했다. 단단하게 위로 쭉 뻗은 초록색 줄기와 가로등 불빛을 머금은 접시 모양의 붉은 꽃잎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울릉도에서 해질녘에 이 꽃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사진을 여러 장 남겼었다. 그런데 이게 집 앞에서 자라고 있을 줄이야.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도 이것이 발견인 이유는, 뿌리내리고 꽃을 피우는 동안에도 이 앞을 산책해본 적 없었다는 게 놀라웠기 때문이고, 눈 앞에 아름다움을 두고도 먼 곳에서 봤던 기억을 아련하게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하는 발견이 너무 지루하고 식상하게 느껴진다. 이런 걸 뭐 한다고 쓰고 앉아 있지? 이런 걸 발견이라 할 수 있나?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나와 먼 곳에서 발견할 것을 찾고 있다. 좀 그럴 듯한 발견을 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내 키만한 접시꽃 앞에 한참 서서 생각한다. 접시꽃은 어디에나 있다고. 울릉도라는 장소가 좀 특별해보이긴 해도 사실 우리 집 앞만큼 접시꽃이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피어있을 순 없을 것이다. 발견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나만 아는 언어로 집 앞 접시꽃의 특별함을 쓸데없이 써놓으면서. 저 친구의 특별함이라면 이제 여름 내내 매일 볼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