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70)

  1. 스톱워치를 켜고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바닥에 붙인다. 깍지 낀 손바닥으로 뒷통수를 단단히 받친 후 정수리와 양 팔꿈치로 만들어진 삼각형을 바닥에 잘 고정한다. 그 다음엔 양쪽 무릎을 구분 동작으로 펴내며 발끝을 천장을 향해 뻗는다. 이제 나는 거꾸로 세상에 서 있다. 오늘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방에 있는 반원 모양의 거울에 발바닥이 비쳐 보였다. 원래는 매일 아침과 밤에 로션을 바를 때 얼굴을 비추는 거울인데. 거꾸로 된 세상에서는 발끝이 정수리고 발가락이 이마고 발뒷꿈치가 턱이다. 생소한 얼굴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피가 아래로 쏠려 창백하다. 아주 긴 호흡으로 숫자를 센다.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네에엣 다서엇 여서엇 일고옵 여더얼 아호옵 여어얼. 다시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네에엣 다서엇 여서엇 일고옵 여더얼 아호옵 여어얼. 툭. 발 같은 얼굴이 고개를 떨구었을 때 시간은 일분 오십팔초가 지나있었다. 열을 세면 대략 일분이구나. 거꾸로 세상에 서 있어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얼굴은 얼굴이고 발은 발이라 부르는 세상에서 "발은 얼굴일 수 있지" 말할 수 있는 사람. 발바닥에서도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사람. 팔꿈치로도 걸어다니는 사람. 내일의 숫자가 기대된다. 매일 숨을 세다보면 숫자가 필요없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