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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번째 오늘의 발견을 쓰는 오늘 날짜가 6월 9일이다. 이럴 때 묘한 희열이 있다. 며칠 발견을 건너뛴 덕에 이렇게 숫자가 들어맞게 되었으니 쉬고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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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친구가 있는 새로운 동네도 알게 되었다. 가보고 싶은 식당의 목록이 늘었고, 다시 가고싶은 술집이 생겼다. 오랜만에 만취했는데 많이 부끄럽지 않았다. 다음 날 숙취에 누워만 있었는데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둡도록 소파에 누워 옛날드라마를 연달아 봤다. 비 오는 아침, 오래된 연인이 헤어졌다 재회한 후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창밖을 보며 레드와인을 마신다. 그 낭만을 부러워했다. 나의 낭만은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는 공간에 믹스테잎을 선물해 함께 듣는 것. 해질녘 바다 앞 대관행사가 있는 카페 겸 펍에서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스윙댄스를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담벼락 너머에서 우리도 따라 춤을 춘 것, 비오는 날 선풍기가 조용히 회전하며 습한 바람을 전달해주던 카페에서 우연히 집은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울음을 참은 것,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 밤 술집 야외 테이블에서 오뎅탕 하나 시켜놓고 얼큰하게 취해서는 친구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것. 이 장면들이 최한성과 한유주의 아침 와인 못지않게 낭만이었던 것을 쓰면서야 알게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