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68)

  1. 어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한 어른이 말했다. "63살 때부터 죽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 젊을 땐 하루하루 어렵게 사느라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데, 요즘엔 살만하니까 죽는 게 아쉬워." 옆에 앉은 다른 어른이 말했다. "나는 85살에 죽을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진 않겠지만. 장인어른이 백살 다 돼서 돌아가셨는데, 구십 넘으니 주위에 친구들도 다 죽고 혼자 남아서 하는 거라곤 방에서 장모님 영정사진만 들여다 보는 거야.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러자 듣고 있던 또 다른 어른이 말했다. "85살에 죽을 생각하지 말고, 죽기 전까지 매일 한 번은 집 밖에 나갈 생각을 해야 해. 나는 그걸 꼭 지키고 있어. 난 안 죽을거야. 난 지금도 사십대라고 생각해. 나랑 어울리는 사람들도 다 나보다 열 살은 어려." 그러자 맞은편 어른이 우리보고 말했다. "내가 오래 살려면 자네들과 어울려야 되겠네."

  2. 연극을 봤다. 푸름이는 쓰레기 더미에 있던 플랑크톤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페트병으로 배를 만들고, 안 입는 옷으로 돛을 만들어 태평양으로 떠난다. 그렇게 드넓은 바다에 도착하자, 무대 뒤와 관객석에서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달려나와 춤추고 노래했다. 무대 위에서 아이들은 바다의 플랑크톤들처럼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장면이 말도 안되게 아름다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옆을 보니 래리도 눈물을 닦고 있었다. 나는 어린이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만 들으면 속절없이 눈물이 흐른다. 작년 어린이날, 여행 중에 카페를 찾다가 우연히 야외무대에서 어린이 동요대회를 하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날도 관객석에서 주책맞게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눈물의 이유를 생각했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내가 낳았나. 그런데 오늘 눈물의 이유를 알았다. 어린이의 목소리는 마음을 말랑하게 한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무장해제 시킨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로 쓰레기를 줄이자고 노래한다. 어두운 관객석에 앉아있던 나는 친구들이 혹여나 내가 들고 있는 생수병을 볼까 눈물을 훔치다 말고 황급히 주머니에 숨겼다.

  3. 문을 열었더니 초록색 개구리가 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어쩌자고 위험천만한 이 도시의 주차장에 엎드려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