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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감고 앉아있는데 자꾸만 어떤 주제로 사진을 엮어볼 지 구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호흡으로 돌아오려고 해도 다시 사진 생각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무의식에까지 사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찬 것 같다. 강단이 화면 너머로 7시가 되었음을 알리자 슬그머니 눈을 떴다. 강단은 사진에 관한 글을 읽은 얘길 해주며 호크니의 작품을 보여주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포토콜라주 작품이었다.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연결해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로 만든 작업이다. 강단 덕에 오랜만에 사진들을 찾아 보니 내가 어떤 장면이나 요소의 순간적으로 정지된 하나의 모습만을 사진으로 담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 맞다. 하지만 이미지 너머의 이야기, 이미지 너머의 움직임을 찾게 되는 경험을 하고 나면 단순한 시각 이미지의 나열은 재미가 없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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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만난 모임에서도 사진집을 돌려보게 되었다. 20년 전 서울 일대에서 배회하는 십대들을 담은 사진집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업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십대에 뉴욕으로 이주하며 자연스럽게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 작가는 "움트는 질문에 대한 반응"처럼 장면들을 찾아 나섰다. 이야기를 알고난 후, 첫 페이지로 돌아가 한 장 한 장 다시 보았다. 그제서야 사진과 맞닿는 면을 다른 사진으로 채우지 않고 비워둔 것도 보였다. 그 덕에 나는 사진 한 장 마다 손가락으로 작은 요소들을 찾아내며 오래 머물렀다.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려면 이야기가 이토록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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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끝나고 소신에게 인디자인을 배웠다. 비정형의 자유로운 창작물도 의도를 갖고 배치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 소신은 레이아웃을 설정하는 법을 주로 알려주었는데, 배우고 나니 내가 원래 하던 방식에서 의도하지 않은 벗어남이 한 눈에 보였다. 나는 앞으로 의도해서 벗어나는 경우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다. 벗어나기 위해 벗어난 것이라고. 오랜만에 산뜻한 배움을 경험했다. 나에게도 선생님이 생겨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