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만에 스마트폰 사진 앨범을 비웠다. 정리한 건 아니고 외장하드에 통으로 갖다 옮겨 놓았다. 외장하드에 옮긴 사진은 아마 다시 보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정말 필요한 사진이 있다면 찾아보겠지만, 흡사 쓰레기장인 파일더미를 뒤지다 결국 못찾고 포기할 확률이 크다. 대학생 때 쓰던 네이버 엔드라이브에서 언제까지 로그인 안하면 전체 파일이 삭제된다는 문자가 수차례 왔다. 문자를 확인하고도 로그인하지 않았다. 이미 기한은 지났고 사진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하나도 아쉽지 않고 오히려 후련하다. 사진을 외장하드에 고스란히 옮겨두는 것은 이처럼 사진들과 멀어질 유예기간을 두는 것 같다. 당장 삭제버튼을 누르지는 못하겠으니 이렇게 기억과 마음 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다. 외장하드 속 파일들도 언젠가 고장나거나 잃어버리거나 용량이 가득차 방치되다 잊혀질 테니까. 한편, 나에게 그마저의 시간도 남아있지 않을 경우엔 내 손으로 정리해야 할 때가 올 것이란 생각도 한다. 상상만으로 아찔하다. 지금부터라도 두 장 찍을 거 한 장만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