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이렇게 바보같지?"라는 말을 매일 하고있다. 양장제본으로 편지를 보관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데,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라 손을 열심히 놀리는 중에 꼭 얼토당토 않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계산 실수로 너무 작게 종이를 재단해버리는 바람에 다시 잘라야 한다던가, 제본풀이 튀어 다 붙여놓은 면지를 다시 뜯어야 한다던가. 사소한 실수로 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악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음을 다잡고 만들어 보지만 백퍼센트 완벽한 제품은 아직 한 권도 없다.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B급 제품으로 할인해 판매할까 했는데 이대로라면 모조리 B급이게 생겼다. 괴로워하는 나에게 래리는 모든 제품이 B급이라고 처음부터 소개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B급의 의미는 Best일 수도 있다고. 정말 한 권 한 권이 나의 최선이었다. 바보같은 실수들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난 하나부터 열까지 동일한 출력값을 내는 기계가 아니니까. 일란성 쌍둥이를 점의 위치 따위로 구분해내듯 나는 각각의 책을 작은 흔적들로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의 차이라면, 핸드메이드 제품에서 작은 흠결은 없어선 안될 특징일지도 모른다. 사실 실수할 때 빼고는 만드는 게 너무 재밌다. 제본풀을 붓으로 고르게 펴바르는 것도 재밌고, 종이랑 천을 본폴더로 슥슥 밀어 붙이는 것도, 봉투를 가지런히 붙여나가는 것도. 최종 면지를 표지 안쪽에 붙일 땐 긴장되면서도 짜릿하다. 그러고 보면 수작업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손재주가 아니라, 지구력인 것 같다. 내가 장거리달리기 선수이자 코치가 되어 재미를 잃지 않도록 관리해 주어야겠다.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손으로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