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귤꽃을 따다가 귤밭을 물려준 할아버지가 원래부터 농부였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전엔 공무원이였주게. 공무원? 무슨 공무원? 지금 조천읍이 조천면일 때, 면사무소에서 일해나서. 할아버지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애순의 엄마 전광례랑 비슷한 나이일텐데 그 시절의 공무원이라니 상상이 안됐다. 할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전해 손가락과 발가락 일부가 절단되었고, 상이군경 우대를 받아 그 시절에 공무원이 되었다. 당시엔 세금을 면사무소 직원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직접 받으러 다녔는데 그것이 할아버지의 일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땐 다들 너무 가난했을 때라 세금을 못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음 약한 할아버지는 더 독촉하지 못하고 자주 본인의 월급으로 미납금을 메꿨다고 했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그럴거면 때려치우라고 해서 그 때 소나무밭을 일궈 귤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당시 귤이 열리면 상인들이 외상으로 가져갔다 나중에 돈을 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돈을 제때 주지 않아서 할머니가 총대메고 받으러 갔었다고 한다. 그때도 할아버지는 돈을 달라고 하는 게 힘들었나 보다. 돈을 받으러 버스타고 읍내(성 안으로 불렀던)로 갈 때, 열살 쯤이던 아빠는 그저 신나서 따라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