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53)

  1. 아빠랑 귤꽃을 따다가 귤밭을 물려준 할아버지가 원래부터 농부였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전엔 공무원이였주게. 공무원? 무슨 공무원? 지금 조천읍이 조천면일 때, 면사무소에서 일해나서. 할아버지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애순의 엄마 전광례랑 비슷한 나이일텐데 그 시절의 공무원이라니 상상이 안됐다. 할아버지는 6.25 전쟁에 참전해 손가락과 발가락 일부가 절단되었고, 상이군경 우대를 받아 그 시절에 공무원이 되었다. 당시엔 세금을 면사무소 직원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직접 받으러 다녔는데 그것이 할아버지의 일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땐 다들 너무 가난했을 때라 세금을 못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마음 약한 할아버지는 더 독촉하지 못하고 자주 본인의 월급으로 미납금을 메꿨다고 했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그럴거면 때려치우라고 해서 그 때 소나무밭을 일궈 귤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당시 귤이 열리면 상인들이 외상으로 가져갔다 나중에 돈을 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돈을 제때 주지 않아서 할머니가 총대메고 받으러 갔었다고 한다. 그때도 할아버지는 돈을 달라고 하는 게 힘들었나 보다. 돈을 받으러 버스타고 읍내(성 안으로 불렀던)로 갈 때, 열살 쯤이던 아빠는 그저 신나서 따라갔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