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려는데 거실에서 티비소리가 들려서 귀마개를 말아 귓구멍에 찔러넣었다. 귀마개가 점점 부풀어오르더니 통로를 꼭 맞게 채웠고 마침내 바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내 숨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누웠을 때 귀가 물에 잠기면 딱 이런 느낌이다. 여름 피서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왁자지껄이 멈추고 세상에 나 홀로 남아있는 기분. 가끔은 순식간에 외로워지는 게 어색해 벌떡 일어나 다시 사람들이 가득한 여름 해변으로 돌려놓는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나도 내 숨소리에 내가 놀라 뒤척인다. 숨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네. 그러다 이내 깨닫는다. 내 숨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나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사뿐사뿐 숨을 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