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들을 텃밭에 아주 심었다. 아직 날이 서늘하긴 해도 그늘진 실내에 있는 것보다 햇볕을 쬐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늘로 날을 정했다. 올해는 무턱대고 심지 않고 먼저 밭의 구역을 나누고 두둑을 만들었다. 모종 심는 땅을 지면보다 높이는 작업이다. 일렬로 가상의 선을 만들어 좌우에 있는 흙을 파내 선 위에 얹는다. 어느 정도 흙이 쌓여 기다란 언덕이 만들어졌다면 삽머리로 두드려 단단하게 다진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 일정 간격으로 모종을 넣을 작은 구멍을 만든다. 모종을 심기 전 땅에 물을 흠뻑 준다. 그럼 작은 흙구멍에 물이 고였다가 곧 사라진다. 흙은 물을 머금고 삼키고 머금고 삼키고를 반복하며 견고해진다. 폭신한 갈색 흙이 반질반질 빛나는 까만 흙이 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둔덕이 된다. 얇은 플라스틱 모종 포트에도 물을 준다. 작은 뿌리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작은 땅을 꽉 붙잡는다. 머리채를 잡혀 나와 넓은 땅에 옮겨진다. 맨손으로 젖은 흙과 흙을 연결해준다. 아직 연약한 줄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꼿꼿히 세워준다. 다시 물을 준다. 고랑에서 빨아들이다 남은 물은 이랑에 모인다. 그렇게 물이 뿌리에만 머물러있지 않도록 해준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식물들이 힘을 쓸 차례다. 처음엔 바람에 흔들려야 더 단단하게 뿌리내린다고 지주대에 묶어주지도 않는다. 새 땅에 이제 겨우 옮겨 심어진 작고 연약한 초록들이 아직은 애처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