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말고 일상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혼술을 했다. 혼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몇개 있다. 하나는 병원에서 삼교대 근무를 할 때, 여름이었나. 이브닝 근무하고 집에 오면 열한시 반쯤 됐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갈증이 난 상태로 냉장고를 열었더니 시원한 맥주 한 캔이 있어 딸칵 열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여기까진 여름 이브닝 근무 후 흔한 장면인데 그날은 그걸로도 하루의 피로가 씻기지 않는 날이었다. 가족들이 깰까 부엌 미닫이 문을 조용히 닫고 냉장고에서 소주와 매실원액을 꺼내 소주잔에 조금씩 타먹었다. 금새 취기가 오르며 조용한 새벽 부엌 식탁에서 혼자 되게 행복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하나는 경주 여행에서 혼자 피자 한판을 시켜두고 맥주를 마시던 날의 기억이다. 그게 나의 바깥에서의 첫 혼술이었다. 맥주를 주문할 때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 창밖엔 거대한 무덤이 조명을 받아 되게 초록색인 게 영화적이고, 이 동네에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안심이 됐다. 점점 긴장이 풀리며 결국 그날 무덤을 빙 돌아가면 나오는 바틀샵에서 사장님과 단골 손님들과 2차까지 하고나서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