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대문은 닫기만 해도 알아서 잠기는 철문이다. 이십 년 전 태풍으로 초록색 대문이 뜯겨나간 후에 지금 대문으로 바꿨으니 이것도 이십 년이 된 것이다. 오래되고 녹이 슬어서 평소대로 살짝 닫으면 뻑뻑하게 걸려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는 항상 동네가 떠나가라 쾅! 소리나게 닫아야 한다. 나는 늘 마지막에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다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걷는 동시에 가방을 뒤적거리며 열쇠꾸러미를 찾는다. 어느 날 대문 앞에 도착해 열쇠구멍에 열쇠를 끼워 넣으려는데 오래된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렸다. 나보다 전에 도착한 누군가가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것이다. 아직 들어올 사람이 더 있다는 의미였다. 그 뒤로 우리집 대문은 내가 오기 전까지 닫힌 것도 열린 것도 아닌 채로 있다. 나는 오늘도 뻑뻑한 문을 밀고 들어가 문을 닫으며 집에 돌아왔음을 알린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