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님 뒷자리에 앉는 걸 제일 좋아한다. 앞유리를 볼 수 있어 시야가 뻥 뚫려있으면서도 기사님의 커다란 공간 뒤 비교적 작은 의자에 무릎을 접어 앉으면 아늑한 한뼘의 아지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자리가 가장 안전하다는 말을 들은 후론 더 그렇다. 내 출근 시간에 버스를 타면 그 자리는 웬만하면 비어있다. 대신 정오가 가까워오는 오전의 강한 햇살이 자리에 미리 앉아있다. 그래서 겨울에 앉아도 엉덩이가 뜨뜻하다. 지정석인 양 자연스럽게 앉아 들이치는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가만 보다가 가방을 뒤적여 노트를 꺼내곤 한다. 오늘도 그러려고 했다. 어제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쉬고 잠도 열시간 잔데다가 날도 포근해 유난히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오는 버스에 기분 좋게 버스에 올라 기사님 뒷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첫 번째 욕이 귀에 꽂혔다. 놀라 앞을 보니 나란히 가는 버스를 향한 욕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곧이어 또 욕이 운전석 위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욕 뒤에 무식한, 멍청한,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앞 버스를 탄 승객을 향하는 것 같았다. 세번째 욕이 버스 안을 채웠을 때 나는 지정석에서 일어나 버스 뒷자리로 향했다. 정작 수신인에게는 닿지 않을 분노가 나에게로 전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건너편에 앉은 할머니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기사님 뿔나싱게~" 그러자 기사님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할머니에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해야되는디 ~~햄수게~~" 그리고 더이상 욕은 하지 않았다. 이미 뒷자리에 앉은 나는 그 상황을 모른다.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할머니의 분노 다루기 스킬은 좀 많이 궁금하다. 어떻게 한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