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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위빙책갈피 하나를 만들어 나에게 선물했다. 책갈피를 만들어 팔며, 정작 내가 사용한 건 처음 구상할 때 만들어 본 샘플이랑 다이어리에 끼워서 쓰려고 대충 후딱 만든 것밖에 없었다. 새 위빙책갈피를 끼워 들고 다녔던 책을 오늘 다 읽었다. 필요해서 만든 물건이기 때문에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방에서 책을 꺼낼 때마다 실의 색조합을 보면 눈이 즐겁고, 실의 탄탄한 조직감을 느끼면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펜코 샤프펜슬과 길이와 폭이 딱 맞아 밑줄을 칠려고 펜슬을 스윽 꺼낼 땐 신나서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내가 만든 것이 상품이 되면 내가 쓸 바에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때가 제일 좋은 것을 나에게 선물할 타이밍이다. 선물 받는 이는 누구보다 만든 이의 정성을 알아주고, 만든 이는 누구보다 받는 이의 취향을 적중하여 가장 갖고 싶은 때에 줄 수 있다. 나는 만든 이와 선물받는 이를 둘 다가 되어 자꾸만 책갈피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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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가 기분 전환하고 싶다며 요리를 시작하더니 뚝딱 칼국수 만두국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시식을 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뜨끈하고 깊은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내일 또 해달라고 했다. 래리의 기분 전환 방법이 요리여서 정말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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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빈은 가사를 쓸 때 무심코 듣다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 같은 단어나 문장을 의도적으로 심어둔다고 했다. 나는 래리의 글을 읽으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