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톱을 깎으니 지난 여름 들인 봉숭아물이 왼손 엄지와 오른손 약지에만 조금 남았다. 꽃물이 다 잘려나간 손톱에는 지난 여름 이전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내 몸의 어느 부분은 끊임없이 새것이 되고 있다는 게. 새 손톱이 오늘따라 더 반질반질 광이 나는 것 같다.
-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 쩍벌이 너무 심하다. 창가에 앉은 나는 괜히 허벅지끼리 닿는 게 싫어 벽에 바짝 붙어앉았다. 삼십분을 짜부되어 가다보니 심술이 나서 나도 허벅지 간격을 넓히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밀어내기. 옆사람은 점점 오므리게 되고 나는 점점 벌어져 같은 간격이 되었다. 그제서야 만족한 나는 씨익 웃으며 먼저 내렸다.
-
자기 전에 머리서기를 해봤는데 집에서 스톱워치를 켜고 한 것 중에서 최장시간을 버텼다. 한달을 매일 연습했을 때도 안나오던 기록이 사개월 만에 처음했을 때 나오다니. 열심히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건가. 아님 초심자의 행운인가. 내일의 기록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