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16)

  1. 출근길에 토지를 읽다가 표현 하나에 걸려넘어졌다. '딸 준 죄인이더라고 자반개기는 한 마리 사서 지게에 올리주어얄 긴데.' 딸 준 죄인? 책을 덮고 무슨 말일까 생각했다. 주막에서 사돈을 만났는데 제사장을 보러 장터에 왔다고 해서 뭐라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문장인 건 알겠지만 왜 딸 준 죄인이라는 걸까? 검색해보니 딸을 시집보내도 딸이 아들을 낳지 못하면 죄인이라는 말로, 토지의 배경인 1900년대 초뿐만 아니라 베이비 붐 세대인 우리 부모세대가 태어난 시절까지도 흔히 쓰인 표현이라고 한다. 토지를 읽다보면 아들을 낳기 위해 첩을 두는 것도 인정되는 분위기이고, 제사를 이을 아들이 없으면 농한기에 옆동네까지 양아들을 얻으러 다니는 장면도 나온다. 최참판댁도 딸만 하나 있어서 동네 사람들은 마을 제일가는 양반가의 몰락을 점치기도 한다. 집안을 잇는다는 게 대체 뭘까? 제사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한 여성은 죄인이고 수치인 시절이 아주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