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11)

  1. 요가 선생님은 내 자세를 칭찬해 주려다 아직 내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름이 뭐지? 현지요! 현지씨, 자세 아주 좋다! 다음 날, 라자카포타에서 뒷통수와 발바닥이 만나려고 하는데. 현지씨, 발끝 더 밀면 충분히 붙겠다! 드롭백을 연습하다가 고개가 뒤로 뒤집힌 상태에서. 연지씨, 발바닥 일자로 하고 고관절 잘 받쳐서! 벽을 대고 컴업에 성공한 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엎드리니까. 혜지씨, 허리 충분히 이완시켜줘. 자꾸만 바뀌는 이름에 웃음이 비져나왔지만 호흡하는 와중에 이름을 정정하는 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시퀀스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후굴각성이 절정에 도달할 무렵, 선생님은 쐐기를 박는 말을 던지는데. 어우 잘해. 요.가.천.재. 혜지씨. 나는 이제 내가 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닭볶음탕을 파는 식당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 둘 밟으면 혜지씨로 변신. 그것도 요가천재 혜지씨로. 요가로 이룬 성취는 혜진씨의 것. 못하는 척 겸손떨 것 없이, 더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부담도 없이. 혜지씨는 그렇게 오늘도 가능한 만큼 시원하게 척추를 뒤집어 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