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10)

  1. 근육통이 있는 상태로 운동을 가는 건 좀 무리인가 싶었다. 그런데도 오늘은 요가원에 꼭 가야 할 것 같았는데, 몸을 좀 풀면 마음도 풀리려나 싶었던 걸까. 이제 삼일째인데 이 요가원의 루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십분 명상을 하고 몸을 푸는 동작은 매일 동일한데 이후 시퀀스는 매일 달라진다. 오늘은 에카파다라자카포타를 시도했다. 한쪽 다리를 안으로 접고 한쪽 다리는 뒤로 펼쳐 앉은 자세에서 뒷다리를 위로 접는다. 고개를 뒤로 젖혀 뒷통수와 발바닥이 서로 닿게 하고 양쪽 팔을 등 뒤로 넘겨서 올라온 발끝을 잡는다. 이때 척추의 각성이 강하게 일어난다. 쉽지 않은 자세인데 오늘따라 후굴상태의 호흡이 편하고 안정적이었다. 충분히 후굴을 한 뒤여서인지 매일 루틴으로 시도하는 우스트라에서 처음으로 시선 끝에 발가락이 닿았다. 용기가 생겨 뒤로 넘긴 손으로 벽을 타고 내려가 바닥을 짚었다. 내친김에 벽을 이용해 컴업 드롭백까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거친 숨을 내쉬며 대자로 누워있는데 어느 때보다 개운했다. 몸이 말랑말랑해진 기분. 기쁜 마음으로 돌아와 내친김에 응어리진 마음까지도 다 쏟아냈다. 코점막이 붓도록 울고 난 뒤의 마음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한 뒤의 마음과 닮은 구석이 있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경험해봤으니 다음번엔 조금 더 일찍 용기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긴다는 것. 선생님은 벽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선생님이 직접 내 몸을 끌어올려 줄 수도 있지만 벽을 활용하면 혼자서도 일어날 힘이 길러진다고 했다. 길러지는 건 허리의 유연함이나 하체의 힘보다는 용기인 것 같다. 평생 못할 것 같던 걸 어쩌면 할 수도 있겠단 마음이 드는 건 내 의지로 저 너머에 다녀와봤기 때문이겠지. 끌어주는 게 아니고 가만히 지탱해주는 존재가 있어 다음번에도 기꺼이 시도해볼 것 같다. 컴업이든 드롭백이든 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