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06)

  1. 요즘같은 세상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 흔한 리뷰도, 내부 사진도, 가격정보도 없었다. 건물 밖에 달린 간판글씨 하나로 불쑥 찾아가기엔 실패할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커피 한잔 마시려고 해도 누군가 남긴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직원의 친절함, 공간의 분위기, 구석구석 찍힌 사진의 느낌, 그곳을 찾는 손님의 결까지도 파악하고 고르게 되는데 그곳을 선택할 이유라면 작업실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 빼곤 하나도 없었다. 근데 그게 가장 중요했다. 전화를 걸어 가격과 수련 시간표를 물어봤다. 가격은 파격적으로 저렴했고, 등록만 하면 매일 어떤 시간에 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우리집에서 하는거라 부담없이 동네분들 와서 운동하는 곳이예요. 여기라면 멋진 요가복을 입고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통화를 마치고 당장 한 시간 뒤에 있는 수업에 가보기로 했다. 작업실에서 한블럭 건너에 있는 곳이라 지도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건물 지하로 내려갔더니 선생님과 수련생 한분이 각자 몸을 풀며 친근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왔다고 하니 요가원이 있는 동네에 사는건 행운이라고 하셨다. 수련이 시작되고 몸통굴리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안 점막을 깨물어야 했다. 이것이 리뷰없음의 시행착오라면 재밌는 에피소드라도 남기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몸통을 굴렸다. 그런데 곧 나의 오만함에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엄마뻘 되시는 분이 옆에서 나바아사나를 거뜬히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젊다는 우리의 하체는 맥없이 툭툭 떨어졌다. 동네 요가원이라고 느슨하게만 수련이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리빼고 모두 저런 코어힘을 장착하고 계시는 거겠지. 게다가 래리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안되던 컴업 드롭백까지 성공했다. 가장 인상깊은 건 그 다음이다. 머리서기 후 사바아사나로 쉬는데 선생님은 우리보다 먼저 와 몸을 풀고있던 수련생에게 말했다. 언니 낼 아홉시반에 이룸내과로 와줘. 내시경할때 보호자가 필요하대. 그들은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을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보호자가 될 그 수련생은 이 요가원을 13년째 다니고 있다고 했다. 리뷰가 하나도 없던 이곳은 오랫동안 함께 땀흘리고 서로의 건강을 돌봐주던 든든한 커뮤니티였던 셈이다. 동네에 요가원이 있는 게 행운이라던 말이 이런데에서 온 걸까. 다시 작업실까지 오분도 안되는 거리를 걸어오며 한달동안 이 행운을 최대로 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게 더 기쁜 이유는 가까이에 있어도 못 누릴 수도 있던 행운을 결국 찾아나섰다는 거다. 한편 이런 생각도 했다. 우리가 하는 일도 서로를 든든하게 생각하는 이들과의 작지만 힘이 센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고.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없는. 그러다 가끔 어떤 호기심 많은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면 좋겠다. 발견한 누군가가 그걸 행운이라 여겨주기까지 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