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04)

  1. 요즘 나는 약간 재수없는 톤으로 색을 표현하는 것에 맛들였는데 이런 식이다. 우리 책장 그냥 파랑이 아니어서 좋아. 파랑에 흰색이 좀 섞여있잖아. 저 차 색깔 예쁘다. 노랑에 흰색 섞고 파랑 한 방울. 나는 민트색인데 노랑 조금 섞인 민트색을 좋아해. 그럼 래리는 매번 그 뻔뻔함에 감탄하며 너 조색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해준다. 물론 나는 조색같은 건 해본적도 없고 물감을 섞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조색하는 릴스가 뜨면 끝까지 보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2. 막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오늘 하늘색이 뭔가 오묘했다. 보라색에..검정을 섞고..흰색을 섞는데..주황색도..? 한참을 올려다 봤는데도 애매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저 멀리에 강한 주황색 불빛이 어딘가를 중심으로 넓게 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길래 저렇게 빛을 저렇게까지 내뿜고 있을까. 집을 지나쳐서 불빛쪽으로 더 걸어갔다. 걷는 동안에도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두운데 밝은 듯한 느낌이 드는 오늘 하늘은 전체를 두고 봐도 경계없이 부분부분 다른 색깔을 띄어서 얼룩덜룩했다. 그것 중 흰색이 더 섞인 쪽이 구름이었다는 건 빛을 향해 가는 중에야 알아차렸다. 오늘 밤하늘에 유독 색깔이 많이 보이는 건 안개 때문인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안개가 도화지가 되어준 걸까. 빛에 가까워졌을 땐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서 아주 요란하게 들렸고, 빛에 거의 다다랐을 땐 파도소리가 크게 들렸다. 빛은 바다 위 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에 빛은 많았지만 오직 그 배에서 나오는 주황 불빛만 하늘까지 닿았다. 빛이 강한걸까 배가 가까이에 있는걸까. 눈부시게 밝은 그 불빛 때문인지 바다 위 하늘만은 유독 검정이었다.

  3. 다녀왔습니다. 하자, 엄마는 이제야 오는거냐고 했다. 하늘의 색, 바다의 빛 때문에 조금 늦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