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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약간 재수없는 톤으로 색을 표현하는 것에 맛들였는데 이런 식이다. 우리 책장 그냥 파랑이 아니어서 좋아. 파랑에 흰색이 좀 섞여있잖아. 저 차 색깔 예쁘다. 노랑에 흰색 섞고 파랑 한 방울. 나는 민트색인데 노랑 조금 섞인 민트색을 좋아해. 그럼 래리는 매번 그 뻔뻔함에 감탄하며 너 조색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해준다. 물론 나는 조색같은 건 해본적도 없고 물감을 섞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조색하는 릴스가 뜨면 끝까지 보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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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오늘 하늘색이 뭔가 오묘했다. 보라색에..검정을 섞고..흰색을 섞는데..주황색도..? 한참을 올려다 봤는데도 애매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저 멀리에 강한 주황색 불빛이 어딘가를 중심으로 넓게 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길래 저렇게 빛을 저렇게까지 내뿜고 있을까. 집을 지나쳐서 불빛쪽으로 더 걸어갔다. 걷는 동안에도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두운데 밝은 듯한 느낌이 드는 오늘 하늘은 전체를 두고 봐도 경계없이 부분부분 다른 색깔을 띄어서 얼룩덜룩했다. 그것 중 흰색이 더 섞인 쪽이 구름이었다는 건 빛을 향해 가는 중에야 알아차렸다. 오늘 밤하늘에 유독 색깔이 많이 보이는 건 안개 때문인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안개가 도화지가 되어준 걸까. 빛에 가까워졌을 땐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서 아주 요란하게 들렸고, 빛에 거의 다다랐을 땐 파도소리가 크게 들렸다. 빛은 바다 위 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에 빛은 많았지만 오직 그 배에서 나오는 주황 불빛만 하늘까지 닿았다. 빛이 강한걸까 배가 가까이에 있는걸까. 눈부시게 밝은 그 불빛 때문인지 바다 위 하늘만은 유독 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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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하자, 엄마는 이제야 오는거냐고 했다. 하늘의 색, 바다의 빛 때문에 조금 늦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