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103)

  1. 버스를 기다리는 중 내가 탈 버스가 아닌데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정차를 하려는 경우엔 다들 어떻게 하나. 나는 우선 버스를 봤다는 걸 버스를 쳐다봄으로써 기사님께 인지시키고 (인지하셨을진 모름), 그 뒤엔 정류장에서 가장 깊숙한 데로 들어간다. 탈 마음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다. 그런데 만약 내가 벤치에 앉아있다면 좀 곤란하다. 휴대폰을 보고있는 경우라면 고개를 들었다가 관심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고개를 다시 내리는데, 이건 제스처가 크지 않아 기사님이 거의 다 와서 경적을 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핸드폰만 보다가 놓칠라. 안타?"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다시 버스번호를 확인하는 척하고 다시 무심하게 고개를 내림으로써 내 의사를 표현한다. 그제서야 기사님은 다시 속도를 올려 정류장을 지나친다.

  2. 오늘도 난 버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리인 기사님 뒷자리에 앉아 한시간 가까이 휴대폰도 안보고 창밖만 봤다. 기사님은 어김없이 정류장에 다다르자 정류장에 앉아있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런데 정류장에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팔로 크게 엑스자를 만들고 있는 걸 보고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탈 의향 없음을 알려주려는 거 아닌가. 저걸 해내다니. 버스를 이용했던 스무해 동안 기사님들과 했던 심리전이 떠오르며 허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저 친구처럼 할 순 없을 것이다. 혹시 하차 승객을 위해 정차하고 있는 거라면 내가 너무 민망할 테니까.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이런 나의 의사소통 방식이 버스가 세우기에도, 그냥 지나치기에도 애매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그래서 궁금하다. 다른 이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